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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세에 다시 창업한 이유
— 은퇴 권유를 거절한 74세의 솔직한 고백

📅 2026년 7월 20일 ✍️ Tiger (시니어 타이거) ⏱️ 읽는 시간 약 8분
2002년 런던 출장 당시 Tiger

▲ 2002년 런던 출장 — 이 시절부터 글로벌 비즈니스의 맛을 알았습니다

2020년, 69세에 26년 된 회사를 아들에게 넘긴 날

2020년 어느 날, 나는 26년 동안 직접 키운 회사를 아들에게 넘겼다. 많은 사람이 "이제 편하시겠네요", "대표님도 이제 쉬셔야죠"라고 말했다. 그때 내 나이는 69세였다. 겉으로는 담담한 표정을 지었지만, 속은 이상하게 비어 있었다.

경영권 이전은 단순히 법인 등기상 대표이사 이름을 바꾸는 일이 아니었다. 1990년대부터 붙잡고 살아온 내 일상의 중심을 내려놓는 일이었다. 아들에게 회사를 넘기는 결정 자체는 후회하지 않는다. 세대교체는 필요했고, 내 아들도 충분히 준비돼 있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나는 회사를 떠나면 한동안 홀가분할 줄 알았다. 새벽에 눈 뜨자마자 매출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저녁 식사 중에 현장 전화가 오지 않아도 되고, 주말마다 거래처 이메일을 확인하지 않아도 될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그 생활이 시작되자, 홀가분함보다 정체성의 공백이 먼저 왔다.

2년의 공백 — 솔직히 말하면, 허전함보다 무력감이 컸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약 2년은 내 인생에서 꽤 낯선 시간이었다. 겉으로 보면 편안한 은퇴 생활처럼 보였을지 모르지만, 내 안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아침에 일어나도 급하게 확인할 메일이 없고, 점심을 먹고 나서도 꼭 만나야 할 거래처가 없고, 저녁 무렵이 되어도 오늘 해결해야 할 문제가 없었다.

많은 사람이 그런 삶을 부러워한다. 그런데 내겐 그게 축복이 아니라 오히려 혼란이었다. 나는 1978년 고려대학교를 졸업한 뒤 거의 쉬지 않고 일했다. 해외 비즈니스만 48년을 했다. 홍콩, LA, 런던, 도하, 하노이… 일은 내게 돈 버는 수단이기 전에, 내가 누구인지를 설명해주는 언어였다.

가장 힘들었던 건 주변의 말이었다. "이제 그만하셔도 됩니다", "대표님 연세에 뭘 또 시작하세요", "건강 챙기세요". 좋은 뜻으로 하는 말인 줄 알았다. 하지만 자꾸 듣다 보니 이상하게 마음이 상했다. 마치 나에게 더는 도전할 자격이 없다고 말하는 것처럼 들렸다.

솔직히 후회도 했다. 너무 빨리 손을 뗀 건 아닐까. 적어도 내 역할을 조금 더 남겨뒀어야 했던 건 아닐까. 하지만 이미 결정한 일이었다. 다시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일에서 물러난 뒤 알았다. 나는 회사를 운영한 것이 아니라, 일하면서 살아온 사람이었다."

2022년, 다시 시작해야겠다고 결심한 계기

전환점은 2022년 하반기에 왔다. 아들 회사의 한 프로젝트를 옆에서 지켜보다가, AI와 디지털 도구를 활용한 새로운 사업 기회가 보이기 시작했다. 당시 나는 단순히 조언자 역할만 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회의 중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건 내가 직접 해봐야 하는 일이다."

계기는 아주 구체적이었다. 한 해외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에서 영문 자료, 시장 조사, 제안서 초안, 후속 이메일까지 전부 뒤섞여 병목이 생기고 있었다. 예전 방식으로 하면 사람을 더 뽑아야 하는 일이었지만, 나는 오히려 반대로 생각했다. AI를 이용하면 인력을 늘리지 않고도 이걸 풀 수 있지 않을까?

그날 저녁, 집에 돌아와 노트에 적었다. "1인 기업으로 다시 시작할 수 있는가?" 그리고 그 밑에 세 줄을 썼다.

  • 내 경험은 아직 시장에서 쓸모가 있는가
  • AI가 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줄 수 있는가
  • 작게 시작해도 버틸 수 있는가

답은 세 가지 모두 "예"였다. 그때 내 나이 73세. 많은 사람이 사업을 접는 나이에, 나는 다시 사업계획을 쓰기 시작했다.

AI 관련 사업부를 분리 독립한 과정

처음부터 거창하게 법인을 세운 것은 아니다. 나는 아들 회사 안에서 진행되던 AI 관련 실험과 디지털 업무 개선 영역을 조금씩 따로 떼어내기 시작했다. 어떤 업무는 내가 맡고, 어떤 업무는 외부 파트너와 협력하고, 어떤 업무는 ChatGPT 같은 도구를 통해 자동화했다.

이 과정이 매끄럽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실패도 있었다. 처음에는 "AI가 다 해줄 것"처럼 기대했다가, 실제론 사람이 검토하고 손봐야 할 일이 훨씬 많다는 걸 알았다. 초반 몇 달은 효율이 오히려 더 떨어졌다. 도구를 배우는 시간, 프롬프트를 고치는 시간, 결과를 다시 확인하는 시간이 겹쳤기 때문이다.

그래도 계속한 이유는 분명했다. 한 번 궤도에 오르고 나니, 예전에는 직원 2~3명이 나눠 하던 일을 내가 훨씬 작은 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2023년 초 ChatGPT를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하면서 판이 바뀌었다. 영문 이메일, 제안서, 계약서 검토, 블로그 초안, 영업 보고서까지 가능해졌다.

결국 나는 '은퇴 후 소일거리'가 아니라, 작지만 날카로운 1인 기업을 다시 만든 셈이 됐다.

시니어 창업 전 체크리스트 5가지

나처럼 늦은 나이에 다시 일을 시작하려는 분이 있다면, 감정만으로 결정하지 말고 아래 다섯 가지를 꼭 점검해보시길 권한다.

  1. 건강: 최소 3년은 버틸 체력이 있는가?
  2. 현금흐름: 초기 6~12개월 수입이 불규칙해도 견딜 수 있는가?
  3. 강점: 젊은 사람보다 내가 더 잘하는 것이 명확한가?
  4. 도구: AI나 디지털 도구를 배울 의지가 있는가?
  5. 목적: 돈 때문인지, 존재감 때문인지, 둘 다인지 스스로 알고 있는가?

내가 메모장에 적어둔 재창업 판단 기준

항목 그때 내 판단
나이 73세, 늦었지만 아직 현장 감각은 살아 있다고 판단
자본금 큰 투자 없이 소규모로 시작 가능
시장성 AI로 기존 해외영업·문서 업무를 재구성할 여지 충분
위험요인 기술 적응 실패 가능성, 체력 저하, 매출 불확실성
결론 작게 시작하고, 빨리 배우고, 외주보다 AI를 먼저 써본다

은퇴를 권유받았지만, 나는 거절했다

아직도 어떤 사람은 내게 묻는다. "왜 그렇게까지 일하세요?" 그 질문에 이제는 분명하게 답할 수 있다. 나는 일이 좋아서 한다. 물론 돈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내가 여전히 배우고 있고, 여전히 쓸모 있고, 여전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감각이다.

은퇴가 나쁜 것은 아니다. 다만 모든 사람에게 맞는 답도 아니다. 어떤 사람에게 노후는 휴식이지만, 어떤 사람에게 노후는 두 번째 인생의 시작일 수 있다. 나는 후자였다.

그래서 지금도 이렇게 말한다. "일이 없는 노후보다, 일이 있는 노후가 낫다." 단, 억지로 버티라는 뜻은 아니다. 자기 방식의 일을 찾으라는 뜻이다. 나는 AI와 함께 그 길을 다시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