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실크스크린과 패턴 전사 분야 전문가와 전화 통화를 한 적이 있습니다.
제가 추진하고 있는 K-Crete 프로젝트와 관련된 통화였습니다. 콘크리트 패널 표면에 패턴이나 이미지를 구현하기 위한 장비를 베트남 하노이 공장에 설치하고, 현지 직원들에게 제작 기술까지 이전하는 일이었습니다.
장비를 보내는 것만으로 끝나는 일은 아니었습니다. 우리 기술팀이 현장에 가서 설치하고 교육하려면, 베트남 측에서 어떤 사람을 미리 준비해야 하는지부터 정해져 있어야 했습니다. 실크스크린 경험이 필요한지, 디자인 프로그램을 다룰 수 있어야 하는지, 현장에서 누가 어떤 역할을 맡을지 같은 문제입니다.
이 준비가 빠지면 장비가 도착해도 교육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짧은 통화였지만 제게는 바로 정리해서 상대방에게 전달해야 할 내용이 꽤 많았습니다.
통화 뒤에 남은 일
전화를 끊고 나니 예전 같으면 해야 할 일이 눈에 보였습니다. 녹음을 다시 듣고, 중요한 부분을 메모하고, 한국어로 문장을 만들고, 다시 영어 이메일로 옮기는 과정입니다.
이번에는 스마트폰에 남아 있는 통화 녹음을 AI에 넘겼습니다. 단순히 통화를 요약해 달라고 하지 않고, 실크스크린 관련 용어는 가능한 한 살려 달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베트남 쪽에서 미리 채용하거나 준비해야 할 내용을 실제 행동 항목으로 나눠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한 가지를 더 부탁했습니다. 하노이 공장에서 장비 설치와 기술이전을 한다는 관점에서 빠진 내용이 없는지도 같이 보라고 했습니다.

평소 K-Crete 프로젝트에 대해 AI와 계속 대화해 온 것도 도움이 됐습니다. 어떤 제품을 만들려고 하는지, 공장에 어떤 장비가 들어가는지, 현지에서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지에 대한 배경이 어느 정도 쌓여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은 실제로 써보면서 차이를 느꼈습니다. 같은 녹음 파일을 주더라도 “요약해줘”라고 하는 것과 “이 내용을 베트남 공장의 설치 준비와 인력 채용에 쓰려고 한다”고 알려주는 것은 결과가 달랐습니다.
AI가 정리해도 마지막은 사람이 봐야 했습니다
AI가 만들어 준 내용을 그대로 보내지는 않았습니다. 제가 다시 읽으면서 전문가가 말한 내용이 빠지지 않았는지 확인하고, 상대방이 오해할 만한 표현은 고쳤습니다. 중요하지 않은 부분은 줄이고, 현지에서 바로 준비해야 할 사항은 앞으로 꺼냈습니다.
그다음 영어 비즈니스 이메일 형태로 다시 정리했습니다. 문장이 지나치게 길어진 곳은 나누고, 베트남 담당자가 이메일을 읽고 바로 필요한 인력과 준비사항을 검토할 수 있도록 손을 봤습니다.

제가 이 경험에서 재미있게 느낀 것은 영어 문장을 잘 만들었다는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전문가와 나눈 기술적인 대화가 통화 → 녹음 → 내용 정리 → 검토 → 영문 이메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는 점이었습니다.
예전에는 통화 내용을 머릿속에 기억하거나 수첩에 적어두었다가 나중에 다시 문서로 만들었습니다. 이제는 통화 자체가 바로 업무 자료가 되고, 그다음 행동으로 연결하는 시간이 훨씬 짧아졌습니다.
AI를 쓰다 보면 좋은 프롬프트나 새로운 기능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됩니다. 저도 그런 기능에 관심이 많습니다. 하지만 실제 업무에서는 “이 자료를 가지고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AI에게 알려주는 것이 더 중요할 때가 많았습니다.
이번 통화의 목적도 단순한 요약이 아니었습니다. 베트남 공장이 기술을 이전받을 준비를 하게 만드는 것이 목적이었습니다. 목적을 분명히 알려주니 정리되는 내용도 자연스럽게 달라졌습니다.
🐯 타이거의 한마디
저는 AI를 배우기 위한 목적으로만 쓰지 않습니다. 해외업체와 이메일을 주고받고 새로운 사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조금 더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하기 위해 사용합니다.
처음부터 거창한 시스템을 만들 필요도 없습니다. 업무 중 중요한 통화를 하나 했다면 녹음 내용을 AI에게 넘겨 “상대방에게 전달할 내용과 내가 해야 할 일을 나눠서 정리해줘”라고 해보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습니다.
작은 업무 하나가 다음 업무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경험을 해보면, AI를 보는 시각도 조금 달라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