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이 글은 은퇴 없이 여전히 현역으로 해외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74세 CEO가, 2023년 3월 ChatGPT에게 실망하고 창을 닫았던 그 순간부터 2026년 지금 'AI 에이전트 시대'라 불리는 오늘까지, 3년 4개월 동안 목격한 혁명을 기록한 글입니다. 이메일을 고쳐줬다거나 계약서를 검토해줬다는 식의 흔한 활용기가 아닙니다. 한 사람이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AI라는 존재 자체가 바뀌어 온 이야기입니다.
1. 2023년 3월 — 첫 번째 실망
당시엔 "ChatGPT가 한글을 잘 못 이해하니 영어로 질문해야 한다"는 말이 돌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영어로, 오랫동안 저희 회사와 함께 쿠웨이트에서 미디어 파사드(Media Facade) 프로젝트를 수행해온 파트너사(이하 K사)에 대해 물어봤습니다. 제가 속사정까지 훤히 알고 있는 회사였기에, 일부러 시험 삼아 던진 질문이었습니다.
결과는 처참했습니다. "2021년 9월까지의 데이터만 학습했다"는 변명과 함께, A사를 물류·운송 회사라고 소개하며 화물 운송, 창고업, 통관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완전히 엉뚱한 답을 자신 있게 내놓았습니다. 오랜 세월 미디어 파사드 프로젝트를 함께해온 파트너를 하루아침에 물류회사로 둔갑시킨 셈입니다.
"그럼 그렇지. 인터넷 정보 긁어모으는 장난감이구나." 저는 창을 닫았습니다.
48년간 사업을 하며 수많은 '혁명적 기술'이 나타났다 사라지는 걸 봐온 저에게, 이건 그저 또 하나의 과대광고로 보였습니다. 하지만 저는 틀렸습니다. 그것도 완전히 틀렸습니다.
2. 혁명의 연대기 — 제가 목격한 4년
첫 실망 이후 저는 완전히 손을 뗀 게 아니라, 가끔씩 다시 켜보는 정도로 관계를 이어갔습니다. 그런데 몇 달 간격으로 다시 켤 때마다, 마치 전혀 다른 존재를 마주하는 기분이었습니다. 돌아보면 그 3년은 하나의 뚜렷한 드라마였습니다.
2023년 하반기 — "대화 상대"가 되다
계약서 하나조차 통째로 넣지 못해 몇 번에 나눠 붙여넣어야 했던 도구가, 어느새 문서 전체를 한 번에 읽고 맥락을 짚어내기 시작했습니다. 단답형 오류투성이 대답만 하던 것이, 제가 되묻고 반박하면 스스로 논리를 다시 세우는 '대화 상대'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2024년 — "글자 너머"를 보기 시작하다
어느 순간부터 사진을 찍어 올리면 그 안의 표와 도장, 손글씨 메모까지 읽어냈습니다. 텍스트만 주고받던 관계에서, 제가 보는 것을 AI도 함께 보는 관계로 넘어간 시점입니다. 저는 그때 처음으로 "이건 도구가 아니라 동료 같다"고 느꼈습니다.
2025년 — "기억"을 갖기 시작하다
매번 처음부터 제 상황을 설명해야 했던 것이, 어느 순간 몇 주 전 대화의 맥락을 스스로 이어받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어떤 업종에 있는지, 어떤 방식으로 일하는지를 다시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순간이 왔을 때, 저는 소름이 돋았습니다.
2025년 말~2026년 — AI가 스스로 움직이기 시작하다
그리고 지금, 저는 또 한 번 완전히 다른 세상을 보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이를 'AI 에이전트(AI Agent) 시대'라 부릅니다. 예전의 AI는 제가 질문하면 답을 주는 '상담사'였습니다. 지금의 AI는 제가 목표만 던져주면, 스스로 여러 단계를 거쳐 일을 끝까지 처리하는 '실무자'입니다.
- 2023년의 AI: "이 계약서에서 불리한 조항을 찾아줘" → 텍스트로 답변만 받음
- 2026년의 AI: "이 계약서를 검토하고, 문제 조항을 정리해서 거래처에 보낼 이메일 초안까지 작성해줘" → 검토·요약·이메일 작성을 스스로 이어서 처리
이 블로그조차, 제가 방향만 정해주면 자료를 찾고 초안을 쓰고 파일로 정리하는 과정을 AI가 이어서 진행합니다. 3년 전 제가 "장난감"이라 부르며 창을 닫았던 그 존재가, 지금은 제 업무의 상당 부분을 함께 짊어지는 파트너가 되어 있는 것입니다.
3. 만약 2023년의 저에게 지금을 보여준다면
가끔 상상해봅니다. 2023년 3월, 그 질문에 틀린 답을 받고 창을 닫던 그날의 저에게 지금의 AI를 보여준다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아마 믿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이건 끝이 아닙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딘가에서는 다음 단계의 AI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3년 전의 저처럼, 지금 이 글을 읽는 누군가도 "AI는 아직 별거 없다"고 생각하고 계실지 모릅니다. 그렇다면 딱 한 가지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3년 뒤, 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습니다.
4. 이 혁명에 올라타는 방법 — 지금 바로 써볼 수 있는 프롬프트 3가지
거창한 이야기를 늘어놓았지만, 결국 시작은 작은 질문 하나입니다. 아래 문장을 그대로 복사해서 오늘 한번 붙여넣어 보세요.
📋 프롬프트 1 — 처음 인사하기
오늘 [해결하고 싶은 문제]가 있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쉽고 구체적으로 알려주세요.
📋 프롬프트 2 — 영문 이메일 번역
받는 사람은 [나라] 회사의 담당자입니다.
[여기에 한국어 이메일 내용 붙여넣기]
📋 프롬프트 3 — 계약서 검토
[여기에 계약서 내용 붙여넣기]
처음엔 실망해도 괜찮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하지만 그 실망이 지금 이 순간에도 유효하다고는 생각하지 마세요. 3년 전의 AI와 오늘의 AI는 같은 이름을 쓸 뿐, 전혀 다른 존재입니다. 그리고 이 변화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제가 실제로 AI 에이전트에게 업무 하나를 통째로 맡겨본 경험을 구체적으로 다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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